가슴으로 쓰는 詩
말하지 않아도
靑波
2007. 11. 21. 00:47

말하지 않아도
靑波 채 해 송
떠난다는 것은
마음의 한 귀퉁이를 허물어야 하는
슬픈 일입니다
바람 앞에
가벼운 몸짓으로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상처 없이 질 수만 있다면
땅거미 지는 사유(思惟)의 강물에
인연의 끈을 놓고
혼자라는 것에 결코 울지 않겠습니다,
먼 훗날
고엽(枯葉) 속에 묻어둔 그리움이
작은 햇살에 소리 없이 일어설 때
내가 떠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비움의 미학을
20071121(005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