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아이야, 사랑하는 아이야

靑波 2008. 5. 20. 04:25


아이야, 사랑하는 아이야

 

                                   靑 波  채   해   송


왜 그랬니. 꼭 그래야만 했니

생각은 해 보았니,

세상에서 네가 가장 사랑하는 부모입장이 되어 생각은 해 보았니,

행여, 네 입장만이 전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는 슬픔이 강물을 이루고 앞으로 그 눈물의 강을 누구를 바라보며 어떻게 건너라고 차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떠나갔니.

메어지는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 한들 그렇다고 부모를 버려두고 너 혼자 다시 못 올 길을 갔더란 말이냐

아이야, 아이야

너의 부모는 너를 낳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며 집안의 보배처럼 너를 키웠는데

그런데 어찌하여 혼자만의 자유를 찾아갔더란 말이냐

슬프다,

정녕 슬프다

하늘도 아는지 너를 떠나보내는 날 왼 종일 비가 내렸단다,

춘천 시립화장장에서 한줌 유골로 남은 너를 바라보는 네 아비의 눈을 나는 차마 볼 수가 없었단다,

말이 있지 않니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부모가슴에 묻는다고

너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네 부모의 가슴은 네가 하얀 유골이 되는 순간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음을 나는 알고 있단다,

가뜩이나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생활을 접고 남양주 풍광 좋은 곳에서 여생을 살아가고 있던 너의 어미는 혼백이 나간 듯 실신상태로 너를 보내야만 했더란다,

굵은 빗줄기속에서 너를 실은 운구차량이 청평까지 오는 동안

귀경차량들로 길은 막히고

그 뒤를 따르는 행렬모두가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 또 기가 막혔단다,

아이야, 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수목장(樹木葬)을 택하였는데 막히는 길처럼 장지(葬地)를 찾지 못해 다시 길을 돌려 포천으로 향하면서

모두의  가슴은 다시 한번 메어져야만 했더란다,

작은아비는 마지막까지 네 운구와 함께하려 했지만 그것마저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단다,

용서해라

아이야 네가 묻힌 곳이 그래도 아름답고 수려한 곳이라 하여 그래도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되는구나,

천사와 같았던 너의 생애가 이제 고스란히 자연으로 돌아갔구나,

아이야, 그렇게 허무한 것이 인생이란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너를 다시 만날까

그래도 아이야,

병약한 너의 엄마를 오래도록 지켜 주어라,

너로 하여 엄마의 삶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너는 죽어서도 불효를 하게 됨을 알아야만 한다,

너는 모두의 가슴에 언제까지고 살아있고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아이야

사랑하는 아이야,

이제 세상의 모든 은원(恩怨)을 벗고 괴로움도 슬픔도 없는 새소리  물소리 들려오는 평화로운 곳에서 그지없이 편안하게 영면(永眠)에  들어라,

그리고 

살아서 그랬듯이 천사가 되어 이세상의 어둡고 습한 곳에서 아프고 슬픈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어라

사랑한다,

아이야

내사랑하는 조카 京아,


2008.5.20 0410 작은아비가,

 *사랑하는 조카 京은 2008.5.17 32년의 짧은 生을 마쳤다,

그리하여 큰 슬픔으로 이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