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가을이 영그는 곳에서
靑波
2008. 9. 7. 02:24

가을이 영그는 곳에서
靑波 채 해 송
가을햇살은 영마루에 기대어
물기 없는 시선으로 나무를 붙잡고
저기 하얗게 익어가는 갈대처럼
어서 비우라
비우고 겨울을 예비하라 하는데
아직도 청춘의 그늘에서
하늘빛을 닮아 서러운 구절초를 보며
마른 들길에 발자국을 놓을 때
허망한 가슴으로 귀뚜라미는 울었다
울림통을 흔들며 알곡을 털어내는 소리
가을의 심장 속으로 뛰어드는 변주곡을
허수아비는 듣고 있을까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양팔에
무등등 큰 들이 안겨오고...
20080907(022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