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저 하늘에 화려한 슬픔이
靑波
2008. 9. 29. 01:19
저 하늘에 화려한 슬픔이
靑波 채 해 송
가을하늘이 푸르게 넘쳐흘러도
목이 마르다는 것은
지난 세월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작은 바람에도 탯줄을 놓고
밤이 내려준 이슬의 무게조차 버거운 생명
이제는 붙잡을 힘이 없는데
귀뚜라미는 왜 우는지
입새 하나에 의미를 찾는 날이 올 것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요,
들녘에는 알곡들이 고개를 숙이며
서리 앞에 겸손을 배우라하고
뒤란의 나무에 올라앉은 과실의 무게로
죄 없는 가지가 신음을 할 때
서둘러 떠나간 얼굴들이
색색으로 떨어져 내리는 슬픈 뜨락에서
홀로 가을의 독배를 마시는 외로움을
또 어찌해야 하나요,
화려한 슬픔이 가슴에 지는 것을…….
20080929(012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