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아버지의 가을
靑波
2008. 10. 13. 04:19
아버지의 가을
靑波 채 해 송
가을걷이 끝나면
한 해가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억새꽃이 아름답다 할 때
마디 굵은 손에는
여전히 황새낫이 들려있고
마운산 너머 수륙터 길 시오리에
다섯 단 억새다발에 휘청거리며
문신처럼 찍히신 당신의 발자국은
억만 개의 별로 남아
차디찬 가을밤을 덥혀주는데
낙엽지고 하얗게 억새꽃이 피면
이제 당신은 또 어디에서
누구를 위한
겨울채비로 허리가 휘시는지
귀뚜라미가 우는 것은
가을밤이 깊은 탓만은 아닙니다,
땅거미 지는 산길을 터덕이며
지게바랑에 사랑 가득 지고 오시던
당신의 모습이 진정 그립습니다,
아버지…….
20081013(035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