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波 2009. 12. 19. 05:22



        
        노(櫓)
        
                         靑波 채 해 송
        한 뼘 발붙일 곳이 없어
        잡아끄는 정(情)마저 뿌리치고 
        익숙지 못한 바다로 떠났다
        녹슨 철조망 지뢰밭을 걷는 병사처럼
        죽음의 냄새에 길들여져
        깊이를 모르는  
        물이랑을 건너고 또 건넜다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고
        하루치의 삶이었지만
        사랑을 모르는것도 아니었다,
        지구본 사이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항적은
        아우룰 수 없는 그리움
        뱃머리를 넘어 오는 거친 파도에 
        부러진 돛대가 여린 심장을 찔러도
        깃발처럼 살아남았다
        부끄럽게
        서리를 맞고 기억하지 못하는 셈본
        또 하루를 건너는 노(櫓)
        어디서 오는가,
        바람이 귀밑머리를 스치며 지난다,
        하늘은 왜 그리도 붉은 지...
         20091219(0510) 
        흐르는 곡 / Seascape (바다 풍경) / Frank M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