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도깨비가 사는 세상

靑波 2013. 9. 15. 22:16


도깨비가 사는 세상 
                    靑波 채 환 석
모깃불로 멍석머리를 지켜도
달겨드는 모기떼에 별빛은 늘 흐렸다
나는 괞찬다,
늙은 몸은 모기조차 멀리하느니
헤진 부채는 어린 자식을 위해서만 흔들었다
탁 탁,
쫓겨 가던 모기들도 내처 서러웠던 여름밤
삼베옷 누런적삼아래 거름냄세가 정겨운
어머님의 무릎위로 어쩜 삼태성은 그렇게 고왔다.
탁, 탁, 탁,
모기를 쫓아내던 부채바람 끝에
우리아기 예쁜 아기 살강살강 잘도 잔다.
우리아기 예쁜 아기 살강살강 잘도 잔다.
누룽지 끓인 물로 허기를 대신하던 어린것은
그래도 쭈그렁 젖무덤을 놓칠세라
온몸으로 끝없이 끝없이 울었다,
뚝, 이래도 뚝,
머리에 외뿔달린 도깨비가 뒷간에서
우는 아이 채간단다
우리 아기 착한애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착한애기 잘도 잔다,
왼 종일 농사일에 반쯤 잠에 겨운 어머님의
시름에 겨운 노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그 때가 좋다,
20130915(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