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
채 환 석
나, 다녀 오리다,
건조한 약속 하나를 대문아래 묻어두고
떠나왔지만
어느덧 자갈길에 헤진 발바닥
여기가 끝이다,
끝내 귀항을 가로 막는
절망의 바다 속을 신념 하나 밝히며
“가난한 사랑에게 다시 돌아가리라“
씨줄과 날줄로 엮은 돛대를 세우며
가로누운 수평선을 붙잡고 물었다,
“누가, 침자와 부자를 엮어
물길을 가로 막았는가“
성긴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간 것은
흐려져 퇴색한 세월만은 아니었는지
별무리 쏟아져 내린 이름 없는 해변
소라 한 마리
이제 달의 나이조차 묻지 않아요
바람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그저 들고 나는 저 바다가 있을 뿐
화석으로 남은 공룡들 어디로 갔는지
아직 나는 알지 못하오
20140924(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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