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靑 波 채 환 석
그 때는 경칩이 무서웠어요,
개구리와 만나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고
밑바닥을 보이는 독안의 양식이 무서웠어요,
어느 것 하나 떠 날 것 같지 않은
희망의 봄 안에서 유난히 힘들어 했던 유년시절
춘궁기의 아픔으로 고향을 등진 뒤
반백을 지나 절실한 발걸음을 되 집어
고향가는 차표를 끊을 때 가슴은 그래도 따뜻했어요,
창밖 풍경 하나에 추억을 엮어
배꼽을 잡다 울음이 메 달린 차창은 끝내 흐려지고
온전한 기억을 찾아가는 발길을 두고
돌보지 못한 선산이 아무리 푸르러도 다시 생경스러워
햇살어린 부모님 유택 앞에 차마 눈물을 쏟고 말았어요,
그 사랑 넘쳐흘러 기원의 깊이를 더하여 묘비를 닦으며
가슴 속에 간직해 온 농의 자락 그 땀 냄새로
이순너머 내안에서 다시 꽃을 피웁니다,
아련하고 따뜻한 봄을
20150411(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