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 너머의 가을
靑 波 채 환 석
습관을 놓아 버린 일상
탈출구는 된장 내음 깃든 작은 창문
비록 햇볕 한줌 없는 곳이지만
펼쳐진 세상은 넓다,
똑 같은 콘크리트 숲 사이로 애잔한 푸름들
그런 녹음의 변화에
하루 한줌의 삶이 새롭다,
여린 새싹의 함성이나
하늘 끝에 닿을 듯한 여름의 기세도
어느 덧 드리워진 그림자 따라
결국 붉어지는 것은 회한의 눈물이련가
끝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침묵은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니
비록 헐벗었다 해도 부끄러울 것 무엇이냐
다시 오는 봄을 생각하면
퉁, 퉁,
어찌 가슴 뛰지 않겠는가,
그렇게 푸른 피는 냇물을 이루나니
언젠가 나도 날개로 떠나겠지
떠나겠지
20160929(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