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인연

靑波 2016. 10. 31. 06:35


인연 靑 波 채 환 석 옷깃을 스치는 작은 파동 속에서도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인연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필연이든 악연이든 연은 계속되고 또 계속 될 것입니다, 그렀게 우연을 가장한 인연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어, 이게 누구야,” 반가움을 표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악연까지도 원치 않는 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연만큼 소중한 것도 없는 듯합니다, 내가 불혹을 앞둔 어느 날 경찰종합학교에서 얼굴도 곱상하고 착해 보이는 대학후배를 점찍어 단정한 처조카딸에게 소희 말하는 소개팅을 시켜 주었더니 이게 참, 기가 막힙니다, 서로에게 인사를 시키자마자, 이게 왠 일입니까,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이 중매쟁이조차 무시한 채 “딱, 이 사람이야” 하고 팔 장을 끼는 데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영재라 칭하는 두 아들을 두고 잘 살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사실 인연을 엮어 준 것을 생각하면 나보다는 저희 아내가 훨씬 먼저입니다, 영도 남항동 골목길 셋방시절 사교성 좋은 아내는 이웃집 여자의 인척을 하나밖에 없는 동생댁으로 삼아 남부럽지 않는 중소기업을 일으켜 잘 살게 하었으니 우리 부부의 중매는 그렇게 두 번 모두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삼세번의 중매를 잘하면 천국의 열쇠를 받는다 했는데 아직 한 번의 기회를 어찌 할까 기대됩니다, 하지만 중매와는 또 다르게 어느 날 큰형님의 막내아들 그러니까 작은 조카의 결혼식장에서 뜻밖에 학창시절 내가 존경했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아니, 선배님 여기 왠 일이십니까,” “나는 조카 결혼식이라 왔는데, 그런데 누구시더라? “아, 저는 대학 2년 후배되는 아무개이고 오늘 저희 조카녀석 결혼식이라 왔네요” 하며 그렇게 사돈임을 확인한 뒤 한참을 웃었습니다, 사실 지난 이야기지만 또 한편의 드라마가 있았지요, 20여년 전 부산역 인근 결혼식장 “아니 자네가 여기 왠 일인가”? 하며 신랑과 신부측 접수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어느 후배와의 사연은 수년 후 당사자들이 이혼을 겪으며 사돈관계가 자동 해소되고 이제 쑥쓰러운 사이로 남았는데 오늘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창 하객들로 분비는 서면의 유명한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후배를 만났습니다, 나는 신랑측 가족인데 그후배는 신부아버지와 그야말로 절친이라며 손을 잡아 끌어 인사를 시키는 겁니다, 어리둥절한 채 사돈과 손을 잡고 폐백을 마친 뒤 “픽”하고 실소를 하며 “세상 참, 좁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초중고 그리고 대학을 나온 저로써는 그야말로 작은 우물에 살던 개구리인데 어쩐 일인지 이렇게 만나고 저렇게 만남을 또 가지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월의 강에서 흔들림 없이 더 바르게 살아 그 숱한 인연들 맑은 향기로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오늘 다시 소원해 봅니다, 20161031(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