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농부였다..
詩 채 해 송
큰방 봉창문 밖에는
항상 숭늉그릇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재채기소리
아버지의 소재를 알려주는 풍경이었다,
겨울의 아버지는 그렇게 집에만 계셨지
마당의 눈이 녹아 질척거리면
볍씨를 물에 담가 못자리를 만들고
겨우내 눈 속에 묻혀 자란 보리밭과
추위 속에 억척으로 돋아난
밭작물 가꾸기로 일년 농사는 시작되지
모내기철엔 온 동네가 품앗이로 바쁘고
채소밭에 똥 퍼주기, 거름지어 나르기
궁둥이 부치고 앉아있을 여가 없는 봄볕에
딸기가 향기로 익어 가면
술 마시고 장구치는 봄놀이도 남의 일
여름이 채 오기 전
아버지의 등판엔 분무기가 메어있고
논이고 밭이고 파라치 온 농약내음,
자신의 몸보다는 흉년들까 그게 걱정
피사리, 밭매기에 삼복더위 잊고 살지
집뒤안 단감나무, 대추나무에 고운 빛이
물드는 계절이오면 아버지는 가을걷이에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해가 짧기만하고
간간이 쉴 짬이면 수륙터 시오리산길 억새한짐
베어 날라 겨울날일 걱정으로 분주하지
추곡수매 철이 되면
올해는 1등을 받아야 되는데..
사시사철 그을은 얼굴,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꼬깃꼬깃 준비해둔 등록금을 어김없이 쥐어주신
아버지는 영락없는 농부였다..
어쩌면 하늘나라에서도
자투리땅 장만하여 농사를 짓고 계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2005.10.19(수)16:00
海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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