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를 찾아
삶의 향기를 찾아
靑波 채 해 송
시속 296km
거꾸로 앉아 생경스런 풍경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멀어지는 것을
보며 그렇게 서울에 갔다
꼭 2년 전 죽음을 많이도 생각하며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심정으로
수술을 위해 절박하게 찾아가던 길인데
벌써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의 변화가 두렵기만 하다
암 진단 이후 세상을 다 산 듯이 절망하다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숙제처럼 미뤄온 일들을 챙겨가며 흡사 산짐승처럼 하늘의 별을
보고 씀바귀를 씹으며 살았다
비록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으로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글을 쓰고 예전에 없이 아내와의 담소
도 하며 웃음을 찾으려 노력도 했다
“이제 걱정 없어요, 나보다 당신이 더 오래 살 것이요”
먼 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길 때 마다 아내의 위로의 말이다
“나, 죽으면 살 일이 걱정돼서 그런가,” 조금은 퉁명스런 대꾸에도
아내는 그냥 웃기만 한다,
지난 2년간의 일들은 정말 돌아보기조차 싫다, 이 순간에도 불 켜진
병실에서 투병중인 환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 정말 견디
기 힘든 항암치료기간 그리고 절재 된 생활 모든 게 살기위한 몸부
림이었다,
병실에서 마주한 담당의사는 진찰을 끝낸 후 “그동안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살 으셨네요” 하며 악수를 청하는 손에서 역한 피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기억하지 않으려 文友들이 즐겨 찾는 인사동의 “歸天”
을 찾아갔으나 천상병시인님의 미망인이 계시지 않아
혼자서 차향(茶香)만을 즐기고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어렵사리 찾은 서울길이 결국 반쪽 길이 되었지만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작은 풍경(風磬) 하나를 사들고 딸랑거리며 왔다,
이제
아파트 베란다 천정 끝에 풍경을 매달아 바람을 느끼고
어둠을 물리치는 맑은 소리 들으며 한 잔의 차(茶)에 지금까지 보다 더욱 진한 삶의 향기를 느껴볼까 한다,
살아가는 그날까지..
20060520(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