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앞치마
靑波 채 해 송
까까머리가슴에 메달아 주신
무명 손수건은
부디 살아남아 영웅이 되라는 뜻이건만
깨달음이 무엇인지 배움의 길은 멀고
허리 굽은 당신에게 주름살만 더하다가
철이 들었던가,
목구멍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어둠을 타고 초록의 강을 건너
뿔 달린 도깨비를 왼다리로 물리치며
돌아온 봄날
바람 하나에 흔들리는 나무
사내는 함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던 당신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아기처럼 웃고 있네요,
조금만 더,
가슴을 삭히며 깊어 진 기도와
별빛이 녹아든 정한수를 영혼에 묻어도
입영 날처럼
바람도 없는데 콧물을 닦으시던 앞치마가
여기 향불 앞에 자꾸만 흔들립니다,
20120103(001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