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奴隸)이야기
靑波 채 해 송
어느 여름
젊은 날의 시름에 겨워
한잔 술을 마시고
목포 역 그늘에서 잠을 잤더란다,
누군가 흔들어 깨우며
편안 곳이 있다하여
따라나선 길이
갈매기만 울어대는 외딴 섬
누가 나를 팔아버린 것도
내가 누구인 것도 잊은 채
주인님께 복종하며 살아 온지
몇 해던가
햇쑥이 돋아나는 어느 봄날
사진을 찍어대던 낯선 얼굴들이
임금이 얼마냐고 물어도
옛날 대통령이라 답하며
헤벌쭉 바다처럼 웃었단다,
그런 뒤에
종(從)문서가 사라지고
기억을 되 집어 찾아가는 길목
소설 같은 이야기라 소곤대며
구경꾼들 모여드는
어지러운 세상의 자유보다
비린내 나는 선창가
움막 같은 쪽방이 그리운
나는 아직
외딴섬이었단다,
20061208(1410)
靑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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