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가을이 익어 가면

靑波 2007. 9. 8. 00:43



      가을이 익어 가면 靑波 채 해 송 열대야에 지친 여름을 소나기처럼 식혀주던 쓰르라미소리도 이제 들려오지 않습니다, 높아만 가는 하늘 여우꼬리처럼 짧아지는 햇살에 고개를 숙이는 알곡들이 막 시집온 새색시처럼 부끄럽습니다, 꽃 진자리에서 화려한 향기를 추억하며 생명을 향한 줄달음으로 알알이 붉게 매달린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조막손도 아쉽다는 가을 사물놀이로 자지러질 것 같은 풍년인데 먼빛으로 다가오는 낙엽은 싫습니다, 낙엽 지는 거리를 홀로 걸으며 죽음처럼 추운 겨울 날 외로운 나목을 예견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두렵기 때문입니다 가을밤은 귀뚜라미 소리로 익어가고 나의 삶은 아프게 타들어갑니다 20070908(0040) 靑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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