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익어 가면
靑波 채 해 송
열대야에 지친 여름을
소나기처럼 식혀주던 쓰르라미소리도
이제 들려오지 않습니다,
높아만 가는 하늘
여우꼬리처럼 짧아지는 햇살에
고개를 숙이는 알곡들이
막 시집온 새색시처럼 부끄럽습니다,
꽃 진자리에서 화려한 향기를 추억하며
생명을 향한 줄달음으로
알알이
붉게 매달린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조막손도 아쉽다는 가을
사물놀이로 자지러질 것 같은 풍년인데
먼빛으로 다가오는 낙엽은 싫습니다,
낙엽 지는 거리를 홀로 걸으며
죽음처럼 추운 겨울 날
외로운 나목을 예견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두렵기 때문입니다
가을밤은 귀뚜라미 소리로 익어가고
나의 삶은 아프게 타들어갑니다
20070908(004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