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靑波 채 해 송
내가 살던 자리는
한모금의 물로 삼시 세때 허기를 채우며
살겠다고 암팡지게 가래질을 하던
화전민도 버리고 간 땅
벌써 살라버려야 할 깊은 골 아실
그 곳 흙담아래 주림도 해결하던
바람소리, 꽃잎 부비는 소리
아득하게 근본을 적셔오는 물소리 따라
자지러지는 봄 햇살 너머
성숙을 재촉하던 물오른 향기에
그때 두 근반 이었던가,
심장 뛰는 소리에 봄밤을 밝힌 날도 많았었지
그러나 꽃잎은 오래가지 않았고
섧게 흩어진 홑씨 하나에 매달려
작은 산소조차 허락하지 않는 도심의 보드불럭사이
아직도 계절을 부정하며 초록을 꿈꾸는
나는 이름 없는 야생화라네,
20120523(234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