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고여 흐르는 길목에서
靑波 채 해 송
봄밤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꽃들이 떨어져 내릴 때
수수꽃다리 가는 향기마저 바람에 흩어졌다
봄빛이 고여 흐르는 길목
목장승은 신열에 떨고
화려한 추억의 입자들이 빗방울에 갇혀
질식된 주검으로
멀어져 가는 모순들 속에서
무기력하게 늑골을 빠져나간 시어들이
텀벙이는 고랑사이마다
새벽은 염치없는 얼굴을 내밀고
봄비는 끝내 여명을 불러오지도 못한 채
떨어진 꽃잎들만 가슴에 묻는다
가랑이 아래
슬픔의 잔해들이 산처럼 쌓이면
툭툭
어디서 오는 신음인가
마른 몸을 적셔오는 초록의 몸부림
애쓰지 말게나,
빗물 지난자리가 바로 길이니...
20090425(061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