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 부비는 소리
靑波 채 해 송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살아야할 이유를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산은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날마다 다른 표정으로 등고선을 품고
한 굽이 너머 또 한 굽이
닿을 듯 한 산마루가 고무줄놀이를 한다,
한걸음 또 한걸음
숨은 턱에 차고 발걸음이 무거워 올 때
솔잎 부비는 소리처럼 은근하게 들려오는
산의 소리를 듣게 된다,
앞선 발자국을 지우는 바람에게는
그만두라, 그만두라 하고
아픔도 미움도 없는 짐승들이 남긴 길목에선
쉬었다 가라, 쉬었다 가라한다
머무는 바람과 꽃과 풀잎의 향기를 맡으며
가득 차오르는 사랑스런 나무들을
가슴에 담으라고 한다,
산은 결코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굽은 산길의 뜻을 헤아리라 한다,
돌아보라 한다,
20120820(0610)
靑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