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아버지의 감나무

靑波 2013. 7. 26. 20:48


아버지의 감나무 
                    靑波 채 해 송
언제 누가 심었는지
기억 너머에 있는 오랜 감나무가 
집 뒤란에 있었다.
아마가끼인가 뭔가
그렇게 불리운 감나무는
감꽃이 지고 나면
설익어 부끄러운 애송이부터
무던히도 손을 타는 그런 나무였다
면소재지가 시끄러워지는 여름밤
가설극장을 보러갈 때마다
변변한 옷가지에는
마음을 덥혀주던 달디 단 단감이 그득하여
개구리가 아무리 울어도
아버지의 단잠을 걱정하지 않았는데
몇 해의 여름을 넘기고 붉어지는 감잎아래
여나문 숫자가 틀린다며
소리 높여 도둑을 잡겠다던 아버지가
허허
맥을 놓고 하시는 말
"고맙다"
열두 첩 제사상을 차린들 이보다 더하겠노
막내며느리를 바라보며 하시던
달디 단 미소가 정녕 그립다,
아버지도 감나무도 없다,
20130726(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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