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11월의 편지

靑波 2008. 11. 10. 05:24

      11월의 편지 靑波 채 해 송 차마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원색(原色)을 찾아가는 데야 뭐라 하겠어요, 시선을 붙들어 매는 고은빛깔 앞에 재간 없이 휩쓸리고 마는 걸 어디한 곳 붉지 않은 곳이 있어야지요,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에요 꼭 날 받아 놓은 새색시 같아요, 눈이 호강을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데 옹골지게 파고드는 바람 앞에서 맥없이 떨어지는 저 슬픔들은 이제 어쩌시려 합니까, 그러기에 오지 말아야 했어요, 사람들의 탄식소리가 계절의 끝자락에 눈물처럼 내릴 때 나목의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던가요, 그렇다고 쉬이 돌아가지는 말아요, 희망의 불씨는 아직 다른 곳에 있으니 절망은 너무 일러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의 끈은 이어지고 마른 삭정이에 눈꽃이 필 때 그런 데로 삶의 미학(美學)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돌아서 옷깃을 여미는 바람결에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네요. 20081110(0520) 靑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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