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하 수상하니
靑 波 채 환 석
이제는 가을 숲을 걷는 것도 두렵다,
바스러지는 낙엽의 아픔이 꼭 내 눈물만 같고
애증에 목말라했던 옛님의 통곡인양
발길은 가없이 무겁다,
폭염조차 두려워하지 않던 푸름이 여기 주검으로 누워
아직은 채 식지 않은 단풍으로 남았구나,
사람 사는 일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이
또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그 흔한 새소리에
아무리 귀 기울여도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고
그렇게 숲은 또 깊어가고
어디선가 작은 물소리 들려오는 듯하지만
아직은 너무 먼 듯하구나,
어쩌면 숱한 주검 뒤에 돋아나는 것이 희망 일려나.
내 딛는 발길아래 슬픔이 지천이다,
그렇게 가을은 눈으로 보지 말고 소리로 들으라 하는 구나,
하얗게 부대끼는 갈잎의 소리
그러나 결코 절망만은 부르지 않으리라,
20161106(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