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빗자루
靑 波 채 환 석
정염을 상실한 발길이
애써 태연한 척 낙엽을 밟고 나니
뒤 늦게 파고드는
은행나무에 걸터앉은 쭈그러진 자루하나와
노회한 청소부의
눈길이 마구 아프다,
어이하랴,
한 때는 낙엽보다 간절한 사랑과 낭만을 품었을
빗자루지만
입동아래 설음을 꾹꾹 담아내고 있으니
이제 가지도 오지도 못한다,
아직은 까치밥이 남아 있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다행이랴
발밑에 어리는 여우꼬리같은 햇살을 부여잡고
꼬무락꼬무락
자꾸만 양식을 셈하는 그대에게
어차피 낙엽은 지는 것 빗자루 든 사람을 기억하라
가을의 빗자루를.....
201411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