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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선(空 船)
詩 채 해 송
처음부터
바다에 있는게 아니었다
포구한켠 조선소 선가대에
다소곳이 앉아
수십년을 대패질로 이골난
도목수의 거친 손에 다듬어져
물위에 미끄러질때는
오색기 휘날리며 개선장군처럼
희망에 들떠있었다
떠나던날
갑판에는 입벌린 돼지머리와
흥에겨워 붉어진 과일과 풍성한 떡시루
사람들은 만수향을 태우며
평온한 바닷길과 만선(滿船)을 빌었다
광녀(狂女)의 산발한 머릿결같이
바람에 날리는 깃발들
늙은 선부(船夫)는 말했다
배는 순풍을 타야하고
고기는 새와 물색으로 찾아야한다
허지만
뱃길에 순풍만 탈수는 없었고
먹을게 없는 바다에 새들도 없었다
무지개가 돗대에 걸린 날
신기루아래 어군(魚群)을 만나
만선(滿船)을 이루었다
젊은 어부(漁夫)들은
만선의 기쁨에 고단함도 잊었지만
늙은 선부는
바다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뱃길은 아무도 모른다
용왕님이나 알지
바다에서 늙은 나도 모른다
알수없는 미친바람에 파도가 춤추며
토해내라, 토해내라,
버리고 빈배가 되라한다
가난이 원수다,
어부들은 움켜쥔 뱃전에 매달려
이번 한번만
만선귀항을 빌고 또 빌었지만
바다는
빈배로 가라,
빈배로 가라한다
바람이 멈추고 파도가 잠든 뒤
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배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2005.8.17(수)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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