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쓰는 詩

고살매

靑波 2015. 6. 24. 22:55


고살매 靑 波 채 환 석 먼 빛으로 잠기신 눈빛 앞에서 울음은 형식이었어요, “고살매에 빨리 가야는디”, 기억의 저편에 놓아버린 짙은 꿈, 어딘가에 분명 살아있을 고살매, 문명의 수레들이 또랑을 건너기 전에 “도란도란” 장터국밥에 자장면집도 생각나고 볶은 머리 스쳐나는 미장원을 거쳤을 소재지 학교문을 기웃하든 짐수레 유월의 보리를 숨차게 넘겨 시월끝머리에 서면 부둥켜 앉은 나락더미 아래로 거부해온 겨울 한 옴큼의 온기에 붙잡힌 아랫목은 겨우내 기침소리로 봄빛마저 무릎아래 꿇린채 허기를 밥 먹듯 고구마로 메웠던 고살매, 세상 어느 지도에도 없는 곳, 평생 문맹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가신 오성산보다 높은 곳에 계신 어머님, 내 모든 형제들의 탯줄이 묻히고 다시 심장이 묻히고 한 포기 푸른 잎으로 되살아 날 고향 꿈에도 못 잊을 내 고향 고살매 20150624(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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